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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만 세우면 무너지는 나 - 무의식의 보호

by romanticwife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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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노트북을 밝히는 불빛우회하시오 팻말창에 떨어진 빗방울

 

 

 

1. 왜 나는 스스로를 방해하는 걸까?

 

계획을 세울 때는 분명히 의욕이 넘친다.

이번엔 꼭 지켜야지.

이번에는 다를 거야.

그런데 막상 실행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몸이 안 움직인다.

혹은 시작했다가 금세 흥미를 잃고 포기한다.

 

그리고 그 뒤엔 늘 같은 생각이 따라온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나는 왜 항상 스스로를 방해할까?"

 

하지만 사실, 이건 게으름도 의지력 부족도 아니다.

이건 우리 안의 무의식이 나를 지키려는 보호본능이다.

 

 

 

2. 무의식은 나의 적이 아니라, 오래된 보안 프로그램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려 할 때, 의식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는 계획대로 할 거야."

하지만 무의식(감정 저장고)은 이렇게 반응한다.

"잠깐, 이거 예전에 실패해서 아팠던 거잖아."

 

무의식은 나를 살게 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다만 그 기준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과거에 계획을 세웠는데 지키지 못하고 자책했던 경험이 많다면 

무의식은 이렇게 학습한다.

계획 = 실패 = 자책 = 고통

 

그래서 다시 계획을 세우려고 하면,

무의식은 그때의 고통을 다시 느끼지 않게 하려고 방해신호를 보낸다.

 

이건 "내가 잘 안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때처럼 상처받지 않게 하려는 오작동된 보호본능이다.

 

그래서 무의식은 새로운 시도보다,

익숙한 현재 상태를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 뇌 속에는 이런 코드가 만들어진다.

변화 = 위험
현재 유지 = 안전

 

이건 나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이, 

뇌의 생존 알고리즘이 작동한 결과다.

 

 

 

3. 왜 계획이 깨져야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까?

 

우리가 계획을 세우면 도파민이 잠깐 분비돼서 

'한 것 같은 느낌'이 생긴다.

그런데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불안이 생긴다.

이 불안은 긴장이 되고, 긴장이 쌓이면 

몸과 마음이 피로해진다.

 

이때 무의식은 이렇게 말한다.

"이 긴장을 빨리 풀어야 해."

 

그럼 가장 빠르게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은?

바로 그 일을 중단하거나 망치는 것이다.

 

그래서 무의식은 우리를 몰래 조종한다.

할 일을 미루거나, 갑자기 피로를 느끼게 하거나,

딴짓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일이 무너지면 오히려 안도감을 느낀다.

"아.. 이제 안 해도 돼."

 

실패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

바로 이것이 무의식적 자기 방해(Self-sabotage)의 진짜 이유다.

 

 

 

 

 

4. 무의식은 나를 살게 하지만, 자라게 하진 않는다.

 

무의식은 우리의 안전 담당자다.

그래서 낯선 시도, 새로운 도전은 모두 위험 신호로 인식한다.

하지만 인생이 발전하려면,

안전보다 성장 쪽으로 가야 한다.

 

문제는, 무의식은 위험과 성장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 다 똑같이 불확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변화하려고 하면, 무의식은

"지금은 안전한데 왜 굳이 바꾸려고 해?"라고 속삭인다.

 

그 말은 논리적으로 맞는 것처럼 들리지만,

결국 성장을 멈추게 하는 속삭임이다.

 

 

 

5. 그렇다면 무의식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의식을 억누르거나 싸우면, 더 강하게 저항한다.

"하지 마!"라고 말할수록,

무의식은 "하지만 난 널 보호해야 해"라고 반응한다.

 

무의식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설득이 아니라 안심이 필요하다.

  • 실패해도 괜찮다는 신호 주기

무의식은 실패를 생존의 위협으로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새로 코딩해 줘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아. 난 여전히 안전해"

 

이 말을 반복하면, 뇌가 새로운 연결망을 만든다.

실패 = 안전

 

이 감각이 자리 잡으면 행동이 훨씬 가벼워진다.

 

  • 해야 한다 → 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명령어는 무의식에게 위협으로 들린다.

'하고 싶다', '느껴보고 싶다'처럼 

감정 중심 언어로 바꾸면 훨씬 부드럽게 작동한다.

"오늘은 운동해야 해" 보다

"몸이 깨어나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

 

  • 계획이 아니라 리듬을 만든다

무의식은 반복에 익숙하다.

그래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면

그걸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자동화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물 한 잔 → 스트레칭 5분

 

이건 계획이 아니라 몸의 신호로 움직이는 루틴이 된다.

 

 

 

6.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 것

 

우리 대부분은 성공보다 실패를 더 자주 경험한다.

그건 잘못이 아니라

무의식이 나를 보호하느라 수많은 시도를 멈췄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계획이 자꾸 어긋나고,

실행이 안 되고,

중간에 포기한 적이 많더라도 괜찮다.

 

그건 의지가 약한 사람의 특징이 아니라,

감정이 깊고, 자신을 너무 많이 느끼는 사람의 특징이다.

 

너무 예민해서 상처를 오래 기억하고,

너무 진심이라 다시 아플까 봐 무의식이 먼저 나를 멈추게 한 것이다.

 

홀로 우뚝 서있는 아기 새해가 떠오르는 풍경갈매기들에 둘러쌓인 나루배

 

7. 이제는 방해가 아니라 대화를 시작할 때

 

우리가 무의식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된다.

"고마워. 나를 지키려는 마음은 알아.
하지만 이번엔 괜찮아.
나는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어."

 

이 말 한마디가 

무의식에게는 새로운 안전 신호가 된다.

그러면 방해는 점점 줄고,

무의식은 조금씩 나를 돕기 시작한다.

 


 

 

무의식은 결코 우리의 적이 아니다.

그건 오래된 보안 시스템일 뿐이다.

 

예전에는 나를 살게 했지만,

이제는 나를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시스템을 없애는 게 아니라, 

업데이트하는 것.

"나는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제는 실패해도 안전하다."

 

무의식은 그 말을 들을 때, 처음으로 안심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멈춤의 보호 본능은 전진의 신뢰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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