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도 그랬다. 헛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게 되면,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을 리가 없지’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웃으면서도 계속 영상은 보게 됐다. ‘시크릿’, ‘밥 프록터’, ‘꿈을 100일간 100번 써라.’ 알고리즘이 나를 어디론가 이끌고 있었다.
믿지는 않았지만, 나는 믿고 싶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 그래서 결국 시작했다. “나는 2025년 300억 자산가가 되었다.” 아무 감정도 없이, 밀린 숙제 하듯 그냥 적기만 했다. 적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으면서도, 혹시 몰라서 적었다. 정말, 혹시 몰라서.
믿음과 시각화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는 나
법칙에 따르면, 단지 적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 장면을 실제로 느껴야 한다고 했다.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라’는 말이 반복되었지만, 도무지 감정이 따라오지 않았다. 상상을 하려 해도 자꾸 딴생각이 끼어들었고, 감정은커녕 집중조차 되지 않았다.
아마도 진짜 믿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진심이 빠지니 감정도, 집중도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100일 동안 100번을 쓰려던 계획도 자주 빠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믿는 척’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두 번째 시도는 달랐다. 이번엔 목표가 훨씬 더 구체적이었고, 내가 원하는 장면도 좀 더 뚜렷하게 떠올랐다. 마치 영화를 머릿속으로 재생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상상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나는 조금씩 행동을 바꾸고 있었다.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뇌에는 ‘미러 뉴런(Mirror Neuron)’이라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이건 우리가 어떤 장면을 직접 하지 않아도, 상상만 해도 뇌가 실제처럼 반응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은 실전 훈련 못지않게 상상 훈련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런 장면을 반복해 상상하면 기분이 달라졌다. 기대감이 생기고, 몸이 약간 들뜨는 느낌도 있었다. 알고 보니,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보상 물질이 실제로 상상만으로도 분비된다고 한다. 도파민은 뇌의 동기와 행동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이 보상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우리는 그 방향으로 행동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끌어당김은 단지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물리적 변화와도 연결돼 있었다.
뇌는 내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만 보여준다
두 번째 시도에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문장을 적었다. 이번 문장은 그 안에 담긴 마음부터 달랐다. 이상하게도, 내가 쓰는 말과 상상이 쌓일수록 행동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현실이 조금씩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별건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차장 사건’이다. 우리 아파트는 저녁이면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대부분 10번 중 8번은 주차할 공간이 없다. 그런데 그날은, ‘오늘은 왠지 자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딱 하나 남아 있었다. 그것도 우리 집 입구 바로 앞에.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그 일이 두 번, 세 번, 그리고 네 번 반복되자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뇌의 RAS 시스템(Reticular Activating System)으로 설명할 수 있다. RAS는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중심으로 세상을 필터링해 보여주는 기능이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뇌가 더 잘 인식하고, 그에 따라 내 행동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는 것이다.
믿음은 마법이 아니라 방향을 잡는 장치다
이런 경험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암시(auto-suggestion)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반복된 말은 의식 아래로 스며들어 결국 행동을 이끌고, 그 행동이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간다.
나폴레온
힐은 “생각은 현실이 된다”라고 했다. 말만 번지르르한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믿고 반복하며 방향을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나 역시 그 방향으로 내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을 다르게 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문장을 100번씩 쓰면서 “진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과 연결된다. 자기 효능감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실제 행동력과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이다. 믿기 시작하면 행동하고, 행동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그렇게 믿음이 조금씩 자리 잡히고 나니까, 진짜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믿음이 몸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아무 효과가 없는 가짜 약도, 효과가 있다고 믿는 순간몸이 반응한다는 실험이 있다. 바로 **위약 효과(Placebo Effect)**다.
현실은 지금 이 순간의 집중에서부터 바뀐다
나는 점점 느끼고 있다. 끌어당김은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느끼느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것은 마음 챙김(mindfulness) 개념과도 겹친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마주하면 그것이 뇌의 필터에 각인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는 그것을 더 잘 ‘포착하고’ 더 잘 ‘움직이게’ 된다. 끌어당김은 마법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는 감각은, 그 어느 마법보다도 강력한 경험이다.
믿고 싶은 나, 믿고 움직이는 나
끌어당김의 법칙을 만난 후 나는 훨씬 더 구체적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막연했던 꿈은 선명해졌고, 그에 따라 나의 태도도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변해가고 있다.
이루어졌다고 믿는 척하면서, 그 기분을 느끼려고 애쓰면서. 그러다 보면 진짜로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끌어당김의 법칙이 과학이든, 믿음이든, 환상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법칙을 믿고 살아가는 내가 더 좋아졌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문장을 적는 줄만 알았던 나는 이미 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