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상상을 현실로 착각한다
“영상으로 시각화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나도 그랬다고 말하고 싶다.
시각화는 아직도 나에게 가장 어려운 파트다. 명상보다도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집중도 잘 안 되고, 막상 “장면을 상상하라”는 말이 나에게는 마치 머릿속에서 억지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 같았다.
무슨 영화처럼 자동으로 장면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고심해서 설정하고 그려야 하는 ‘연출’ 같았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감정도 연결되지 않았다. 시각화의 핵심은 ‘그 장면이 진짜처럼 느껴지는 것’이라는데, 나는 진짜가 아니라 그냥 어설픈 연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꿨다: ‘영상 시각화’
비전보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방식도 나쁘지 않았지만 나에겐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직접 내가 원하는 장면, 환경, 삶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집중해서 그 영상을 본다. 딱 10분이지만, 그 시간 동안은 내가 그 장면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기하게도, 영상 시각화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감정이 훨씬 잘 따라왔다.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웃으면서 그 장면을 바라보게 되는 날도 많았다. 끝날 때면 아쉬울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시각화는 ‘상상만’이 아니다: 뇌는 자극에도 반응한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도 시각화일까? 과학적으로도 그 답은 “예스”다.
하버드대 뇌과학자 스티븐 코슬린(Stephen Kossly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실제 이미지를 볼 때와,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떠올릴 때, 뇌의 시각 피질이 95% 이상 동일한 방식으로 활성화된다고 한다.
즉, 뇌는 상상과 실제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특정 회로를 자극할 수 있고, 그것이 반복되면 신경회로가 점점 강화된다.
뇌 속 거울: 미러 뉴런의 작용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러 뉴런(Mirror Neuron)이다. 1990년대,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팀이 원숭이 뇌에서 처음 발견한 이 뉴런은, 다른 존재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뇌가 동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운동선수가 경기 전에 다른 선수의 훈련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 것도 이 미러 뉴런을 이용한 심리적 훈련이다. 그만큼 시각 정보는 강력하고, 뇌는 ‘그것을 보고 있는 나’를 ‘그것을 하고 있는 나’로 착각한다.
기대감의 에너지: 도파민 시스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뇌는 기대할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시각화 영상을 보면서 웃고 있었던 것은 기분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뇌가 “좋은 미래가 다가온다”라고 느끼고 도파민을 뿜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기대감은 나를 조금 더 활기차게 만들고, 그 감정 덕분에 진짜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결국 도파민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내는 에너지다.
멍 때릴 때 상상이 시작된다? Default Mode Network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멍하게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Default Mode Network (DMN).
이 시스템은 우리가 집중하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상상하도록 만든다. 브레인 리서치 저널(Brain Research Journal)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 영역은 창의력, 계획 수립, 시뮬레이션적 사고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뇌는 우리가 ‘아무 생각 안 할 때’조차 자기 식대로 미래를 그리며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루틴으로 바꾸면 습관이 된다
나는 이 영상 시각화를 기상 루틴으로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다.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기 전 그 영상을 집중해서 본다. 길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하는 것, 그 자체이다.
러시아 뇌과학자 바실리 모로츠 박사는 “뇌는 반복되는 행동을 ‘신호’로 해석하고, 자동화 회로를 형성한다”라고 했다. 즉, 루틴은 결심이 아니라 구조라는 뜻이다.
이 반복은 결국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내 뇌의 신호가 되었다. 어느 날부터는 머릿속에서 그 장면들이 자동 재생되기 시작했다.
감정이 들어간 상상이 현실을 끌어당긴다
시각화에서 중요한 것은 장면보다 감정이다. 우리가 상상한 장면에 감정을 더하면, 뇌는 그 장면을 더 강하게 기억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연구팀은 감정을 수반한 상상이 뇌의 해마와 편도체 활성화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는 기억과 감정의 연결고리를 강화시키며, 보다 선명하고 오래가는 기억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나를 ‘느끼는 것’에 집중했다. ‘정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느끼기’, 그 감정이 따를 때 끌어당김의 진짜 효과가 시작된다고 느꼈다.
뇌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희망이다.
우리는 종종 현실만을 진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상이든 상상이든, 감정이 실리면 그것은 뇌에게 ‘실제’가 된다. 그리고 반복된 자극은 행동을 유도하고, 그 행동은 현실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시각화는 ‘상상을 잘 떠올리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영상이든, 이미지든, 말이든, 그 장면을 ‘보고, 느끼고, 반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당신 뇌 안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상이 안 된다면 괜찮다. 당신만의 방식으로, 그 장면을 ‘보며’ 기분 좋아지는 것. 그것이면 시작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