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흔든 말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들은 마지막 내레이션이었다. 김혜자 배우가 직접 읊조리는 그 대사는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드라마 전체 줄거리도 슬프고 아름답지만, 나는 그 마지막 말 하나에 오래 멈춰 있었다. 이건 단순한 드라마 대사가 아니라, 내 삶에 스며든 하나의 조언이 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줄거리 요약
‘눈이 부시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손에 넣은 여자 주인공 '혜자'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한지민 배우가 연기한 혜자는 시간을 되돌리려다 실수로 시간 전체를 날려버리고, 단숨에 노년의 모습(김혜자 배우)으로 살아가게 된다. 시간 속에서 불행과 마주하고, 치매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결국 모든 것이 환상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이다. 삶의 덧없음, 시간의 소중함, 그리고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눈부신지를 이야기하는 따뜻한 드라마다.
마음을 뒤흔든 한 마디
드라마 마지막 장면, 김혜자 배우의 독백이 내 마음을 울렸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이 글은 이남규 작가가 쓴 대사이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울림을 준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울컥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사라고 생각했지만, 듣는 순간 내 마음이 열리는 걸 느꼈다. 특히, “지금 삶이 힘든 당신”이라는 말에서, 마치 나를 향한 위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엄마 생각, 그리고 나 자신
이 드라마는 단순히 나에게 감동을 준 것을 넘어서,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드라마 속 김혜자 배우가 치매를 앓는 장면에서 나는 내 엄마가 떠올랐다. 우리 엄마도 귀여운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너무 예쁜 젊은 시절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나를 위해 많은 걸 희생하며 살아온 엄마의 고단한 인생이 겹쳐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엄마도, 나도,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건 정말 당연한 말인데도, 너무 몰랐던 말이었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현실에 지치느라 나는 ‘눈이 부시게 소중한 하루’를 자주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 차가운 공기, 달큰한 바람, 노을의 냄새 같은 것들을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는 것
이 말을 듣고 난 후, 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매일의 시선을 바꾸게 되었다. 자존감이 높아졌다고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엄마에게, 가족들에게 짜증을 덜 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조금 더 자주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나는 그 마지막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그건 결국 나였고, 나이기도 하다. 어릴 땐 누이였고, 딸이었고, 언젠가는 엄마가 될 나. 모든 역할을 품은 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너무 경이롭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 말 한마디가, 나를 다시 사랑하게 해 준 첫 문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다
나는 이 말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 더 따뜻한 말을 건네고, 조금 더 소중히 대하고, 그저 '잘 버티는 하루'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하루든 눈부시다. 당신은 그걸 누릴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을 ‘살아 있는 삶’으로 만들어주는 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