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블로그를 열었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처음 보는 화면인데, 어딘가 익숙했다. 마치 과거에 이미 이 장면을 본 것처럼. 기시감이라기엔 너무 구체적이고, 상상이라기엔 너무도 현실 같았다.
눈을 뜨고도 갑자기 떠올랐던 장면. 수천 개의 영상 블록,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나. 어릴 적 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나, 할머니가 된 나까지.
그 순간 직감했다. 이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능성들 중 하나를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운명은 정해져 있다? (상대성 이론의 관점)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시간은 선형이 아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나란히 존재하는 4차원 블록 우주에서는 모든 사건이 이미 확정된 좌표처럼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마시는 커피, 내일 만날 누군가, 10년 뒤의 삶조차도 거대한 지도 위의 점처럼 이미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운명이란 '앞으로 펼쳐질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경로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양자역학의 관점)
양자역학은 그 반대 이야기를 한다. 모든 입자는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률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미래의 사건들이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떠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중 어떤 가능성이 현실화될지는 누가, 어떻게 관측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운명들 사이에서 어떤 하나를 '선택하여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운명태란 무엇인가?
운명태란, 이미 완성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각기 다른 삶의 시나리오다.
- A라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나
- 전혀 다른 도시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
- 블로그를 하지 않았던 나
- 글로 삶을 바꾸는 나
이 모든 경우는, 각각 완성된 운명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어떤 감정으로 무엇을 믿고 있는가에 따라 그중 하나가 현실로 '플레이'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운명태들이 단순히 외부 환경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사고방식, 인간관계, 감정 패턴까지도 전혀 다른 흐름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운명태를 선택하느냐는,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삶의 변화뿐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게 될 것인가’를 결정짓는다.
자유의지란,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힘
여기서 자유의지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전지전능한 힘이 아니다. 자유의지는 ‘선택의 힘’이다.
우리는 수많은 운명태 중 무엇을 체험할지를 고르는 선택자다. 운명의 그림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벽에 거는 행위에 가깝다.
그래서 저항은 고통을 낳고, 선택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든다. 때로는 자신이 싫어하는 운명태를 붙들고 놓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두려움을 내려놓고 새로운 운명태를 받아들이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상상력과 감정이 열쇠인 이유
우리는 '느낌'을 통해 현실을 선택한다.
이미 이루어진 나의 운명태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상상하고, 그 감정을 ‘지금 여기’서 느끼면 의식은 그 운명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글을 쓰며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나를 상상하고 그 벅참을 지금 느낀다면 그 운명태로의 접속이 시작된다.
상상되지 않는 것은 창조되지 않으며, 느껴지지 않는 것은 현실이 될 수 없다. 감정은 코드의 명령어이고, 상상은 그 코드에 접속하는 열쇠다.
결론: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운명을 선택하고 있을까?
그날 내가 본 장면. 수많은 나와 수많은 시나리오. 그 블록들 중 어떤 하나가 오늘,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으로 인해 ‘재생’될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나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미 하나의 현실을 만들고 있다.
모든 운명은 이미 존재하지만, 지금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가 그중 무엇을 내 삶에 불러올지 결정한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의 느낌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장면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고, 머릿속 이미지도 아니었다. 그건 내 무의식이 내게 보여준 가능성 중 하나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가능성을 살고 있다.
그것이 시뮬레이션의 원리이자, 삶이라는 게임의 가장 위대한 규칙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어떤 운명을 선택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