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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이 멈춘 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by romanticwife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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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강앞에 홀로 서있는 여자쓸쓸한 그네흑백의 모레시계

 

달리기는 몸의 훈련이 아니라, 마음의 훈련이었다.

 

1. 달리고 싶었다

 

나는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편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 말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평범했던 하루가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로 나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기분이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내 마음이 더 깊은 곳으로 꺼져버릴 것 같았다.

 

무릎이 좋지 않아 달리기는 늘 피했는데,

그날만큼은 이상하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생각이 더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2.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오랜만에 달리니 몸이 금세 반응했다.

숨이 차고, 목이 아프고, 종아리가 뻣뻣하다.

 

그 고통이 내 현실 같았다.

 

지금 내 삶처럼 버겁고,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은 느낌.

 

나는 그저 앞만보고 달렸지만,

어쩌면 그 순간 나는 도망치고 있었던 것 같다.

자책과 불안, 

 

그리고 계속되는 자기 의심으로부터..

 

몸이 힘들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조용해졌다.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타는 듯했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맑아졌다.

 

3. 달리고 나서, 거짓말처럼 찾아온 평온

 

나는 불안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달라지지 않으면 어쩌지?"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걸까?"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든 생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불안도, 자책도, 슬픔도,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평온함만이 남았다.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거울 속에 비친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마음만은 평온했다.

 

나 자신이 나를 구해 낸 기분이었다.

 

4. 생각이 사라진 명상

 

달리는 동안 나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생각을 멈추자고 애쓰는 명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뛴다.

나의 모든 신경이 숨으로 향한다.

 

숨이 귀 안에서 울리는 듯하다.

내 안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달리기의 명상은 '멈추기'가 아니라 '살아있음'이었다.

 

생각을 멈추는 게 아니라

흘러들어오는 생각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가 더 크게 들리는 상태.

 

명상에서 찾아오는 고요함과는 다른,

조용하지만 강렬한 생명감 같은 것이었다.

 

 

 

 

 

 

5. 달리면서 만난 나

 

천천히 달리다 숨이 차 오르면 속도를 늦추고 걸었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늘 이렇게 멈춰왔구나.

진짜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순간까지 가보지 않고,

항상 그전에 멈췄던 것 같다.

 

"나는 늘 힘들다고 말하면서, 진짜 끝까지는 안 가봤구나."

 

그 깨달음이 달리기보다 더 가슴을 때렸다.

내 인생의 축소판을 보았다.

 

포기하기 직전의 나,

조금만 더 버티면 도착인데 멈추던 나.

 

나는 달리면서 비로소 진짜 나를 봤다.

 

6. 달리기 이후, 자책이 줄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자책이 줄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도, 달리면 나아졌다.

 

도파민이며, 세로토닌이며 

그보다 더 큰 것은, 

 

내 안의 감정이 순환한다는 감각이다.

 

움직이니 멈춰 있던 감정이 흘렀고,

생각 대신 호흡이 나를 사로잡고,

몸이 먼저 나를 이끈다.

 

바위와 바위를 점프하는 여자집 앞의 강변을 달리는 남자해변을 달리는 남자

 

7. 성공한 사람들은 왜 달릴까

 

성공한 사람들이 달리는 이유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잠재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생각은 언제나 불안을 낳고,

불안은 행동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달리면 생각이 사라진다.

그 짧은 무(無)의 시간에 무의식이 다시 정렬되고,

몸이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달리는 동안 뇌는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만든다.

 

그게 진짜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말로 다짐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호흡과 심장 박동으로 체득되는 감정이란 걸 알았다.

 

8. 달리면 인생이 나아질까?

 

달리기 몇 번으로 인생이 바뀌진 않겠지만

달리고 나면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든다.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그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힘이다.

 

달리기는 몸의 훈련이 아니라, 마음의 훈련이었다.

 

생각을 비우고, 감정을 정화하고,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과정이었다.

 

매번 달릴 때마다 조금씩 자책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그 평온 속에서 아주 작은 용기가 자란다.

 

오늘도 나는 그 용기를 확인하러

다시 달리러 나간다.

 

 

 

다음 편

달리기는 왜 생각을 멈추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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