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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도,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을 때 (자기이해, 루틴, 감정회복)

by romanticwife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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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끔씩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온다. 하루하루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어떤 장면을 보고 나면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최근에는 AI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그런 감정을 느꼈다. 기술은 너무 빨리 발전하는데,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이 돈 벌기 가장 쉬운 시대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쉬운 시대’에 나는 포함되는 걸까? 지금 무언가에 올라타지 않으면 영원히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뒤처지고, 가난하게 늙어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가끔 몰려온다.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잘하는 것도 모르겠다면

사실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이라는 말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선생님이 질문하면 다른 아이들처럼 '간호사'나 '선생님'을 따라 말하곤 했다. 나만의 진짜 꿈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거실에서 혼자 종이인형을 오리면서 놀던 나. 그때 나는 아주 집중해 있었고, 그 장면은 필름처럼 선명하다. 엄마가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그림 몇 장, 그리고 ‘넌 글을 참 잘 쓴다’고 하던 말들. 그렇게 보면 나에게는 예체능적인 기질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그림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유튜브로 공부하는 것을 영상으로 찍고, 블로그에 글도 쓰면서 천천히 다시 나를 만나보려 한다.

하고 싶은 게 없었던 것은, 너무 오래 해야만 했던 일들 때문일지도

나는 거의 15년 동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해서’ 해왔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외의 선택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페인트 일을 하며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지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다. 장사도 실패하고 나서야 조금씩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자기 계발 책을 읽고, 동기부여 영상도 많이 보게 되었다. 그게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이제는 내가 나를 위해 선택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블로그와 유튜브를 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작아 보일 수 있겠지만, 나에겐 진심으로 중요한 시작이다. 아직 수익은 없지만, 이 일들이 언젠가 나의 직업이 되기를 바란다. 내 시간을 단순히 돈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쌓아가는 시간으로 쓰고 싶다. 루틴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 하루에 녹아 있다. 어떤 대단한 변화나 성과는 없지만, 분명히 나를 조금씩 바꿔주고 있다. 예전에는 나 자신을 믿지 못했지만, 지금은 ‘조금은 믿어도 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바닥이었던 자존감도 점점 회복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나를 지키는 작은 루틴 4가지

방향을 몰라도, 마음이 복잡해도, 그래도 나를 놓지 않기 위해 하고 있는 몇 가지가 있다.

  • 1. 블로그 쓰기 + 하루 한 줄 일기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슨 감정이었는지 기록해 두면 막막함 속에서도 흐름이 보인다.
  • 2. 유튜브 공부 & 편집 연습
    ‘잘하고 있나?’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냈다’에 집중하며 하루를 보낸다.
  • 3.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월아 수고했어” 말하기
    이게 말도 안 되게 위로가 된다. 눈물이 날 때도 있다.
  • 4.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 창문 열고 햇빛 받기
    거창한 성취 없이도 오늘 하루 살아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몰라도 괜찮다

지금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예전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내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지금은 혼자서 조용히 집중하고, 뭔가를 배우고, 만들어보고 있다는 것. 막막한 것은 여전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머릿속은 복잡하고,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한다. 가끔은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이렇게 다짐한다. “나는 지금, 나를 지키는 중이다.”

확신은 없지만, 방향은 있다. 성공은 몰라도, 후회는 덜한 삶을 살고 싶다. 막막한 마음속에서도 내가 나에게 말해준다. “하월아, 수고했어. 지금도 잘하고 있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도, 그 막막함 속에서 여전히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면, 당신도 잘하고 있는 것이다. 길이 없어 보여도 괜찮다. 이렇게 나처럼 천천히라도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면, 우린 모두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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