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혼자 있는 게 불편하고 어색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만 안심됐고,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건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 어릴 땐 외롭다는 감정을 자주 느꼈고, 누군가와 같이 있지 않으면 나만 소외된 것 같아 불안했다. 대학교 시절, 친구가 수업 때문에 먼저 가고 혼자 식당에 남겨졌을 때, 식은땀이 흐를 만큼 당황스러웠다. 내 앞에 수저와 젓가락을 세팅해 놓고 마치 누군가 함께 있다는 듯이 밥을 먹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감정이 외로움인지, 소속감의 결핍인지.
혼자 있는 시간, 왜 이렇게 편해졌을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차를 마시는 시간, 산책하거나 카페에서 글을 쓰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보다,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아무에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며, 오로지 나의 감정과 리듬대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도 자유롭고 좋다. 혼자 있는 것이 좋아진 이유는 단순한 성향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예전에도 나의 성향은 ‘극 I(내향형)’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사람들과 끊임없이 어울리려 했고, 친구나 연인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집착하거나 분노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건 외로움의 문제라기보다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볼 줄 몰랐던’ 나의 상태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가져온 변화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감정의 안정’이었다. 감정 기복이 잦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기대고 실망하던 과거의 나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들고, 짜증이나 예민함 같은 감정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또한, 생각의 방향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거나 끝없이 자기비판을 반복했다면, 지금은 ‘내가 이 감정을 왜 느끼는 걸까?’, ‘내가 조금 더 나아지려면 어떤 방향이 좋을까?’와 같은 건설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생긴 ‘감정적 자립’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에서도 이러한 과정을 정서적 자기 조절 능력의 발달이라고 설명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감정 정리를 돕고, 자기 자신과의 내면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외부 자극 없이도 나를 돌볼 수 있는 힘을 키운다고 한다.
혼자 있는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작은 루틴들
혼자 있는 시간은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나를 회복시키는 루틴과 연결될 때 더 의미 있다. 다음은 혼자 있을 때 실제로 해보면 좋은 감정 회복 루틴들이다.
- 아침 햇살 받기: 아침에 창문을 열고 햇살을 받으며 커피나 차를 마신다. 하루의 리듬을 차분히 시작할 수 있다.
- 감정 일기 쓰기: "오늘은 이런 감정을 느꼈다"는 식으로 나를 관찰하는 연습을 한다.
- 혼자 밥 먹는 연습: 너무 혼자 먹기 어려웠다면, 조용한 식당에서 나만을 위한 식사를 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본다.
- 산책 + 생각 정리: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이어폰을 빼고 ‘내 안의 소리’를 들어본다.
- 자기 이름 부르며 위로하기: 거울 앞에서 "하월아, 수고했어"라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도 정서 안정에 도움 된다.
결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처음엔 어색하고, 때로는 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결국 ‘내가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인을 위해 애쓰던 내가, 이제는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 혼자 있는 시간이 낯설고 두렵다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타인이 아닌 너를 위해 살아. 그 시간이 쌓이면, 나 자신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 거야.” 혼자인 게 나쁜 게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이 회복하고,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엔, 그 조용한 평온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진짜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