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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고전/내 안의 요가 철학

앉는 자세가 의식을 깨운다 – 고요한 몸, 깨어 있는 마음

by romanticwife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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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 철학 시리즈 | 하타요가: 몸에서 깨어나는 수행 (3편)

 

몸의 고요에서 시작해 숨을 따라, 에너지와 의식으로 올라간다. 하타요가는 ‘앉는 자세’ 속에 깨어 있는 의식을 꽃피우는 수련이다.

 

이 수련은 몸을 정화하고 숨을 다스리는 과정을 통해 의식의 고요에 이르는 전통 요가이다. 이 글에서는 그 흐름의 다음 단계인 ‘앉는 자세(아사나)’가 수행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자.

 

하타요가에서 아사나는 단지 유연해지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몸의 고요'를 위한 장치이며, 그 고요함 위에서 호흡과 의식이 깨어난다.

《하타요가 프라디피카》는 말한다:

āsanaṃ sthiraṃ sukhaṃ ca prāṇa-saṃyamanaṃ tataḥ | indriya-jayo yatas tasmād dhyānaṃ ca gata-sādhvasaḥ 
(아사남 스티람 수캄 차, 프라나 상야마남 타타하, 인드리야 자요 야타스 타스마드, 디야남 차 가타 사드바사하)
"아사나는 육체를 건강하게 하고, 프라나야마는 감각을 정복하며, 무드라는 정신을 깨운다." (1.63)

 

이 문장은 하타요가의 수행 순서를 단단하게 보여준다.

아사나 → 프라나야마 → 무드라 → 명상,

다시 말해 몸 → 호흡 → 에너지 → 의식의 단계다.

 

프라나야마(prāṇāyāma)는 호흡을 조절하는 수련이며, 무드라(mudrā)는 에너지를 흐르게 돕는 손의 동작이다.

 

 

 

 

 

요가수트라가 '의식'에서 출발한다면, 하타요가는 철저히 아래에서 위로, '몸'에서 시작해 '의식'으로 오른다. 몸이 흐트러진 상태에서는 숨도 흐트러지고, 숨이 불안정하면 의식도 흔들린다.

 

하타요가는 실제로 '앉아 있는 것 그 자체'를 수련이라 본다. 단단한 자세 속에서 고요함이 피어난다. 등은 곧게, 턱은 살짝 당기고, 시선은 부드럽게. 호흡은 의식적으로 이어지고, 몸이 정돈되면 의식도 또렷해진다. 아사나는 단순한 자세가 아니라 '깨달음을 위한 물리적 토대'다.

 

초보자라면 '어떤 자세로 앉아야 할까?'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복잡한 자세일 필요는 없다. 가장 대표적인 자세는 '수카아사나(Sukhāsana)', 즉 편안히 앉는 자세이다. 양반다리처럼 앉되, 척추를 세우고 어깨에 힘을 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처럼 안정된 자세 위에서야 숨이 안정되고, 그 숨 위에서야 의식이 깨어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처음 앉아 명상을 시도할 때, 허리나 무릎의 통증, 자세 유지의 어려움 때문에 금세 흐트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하타요가는 바로 그 순간이 수련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 불편을 인식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몸은 조금씩 정돈되고, 마음도 함께 정제되기 시작한다.

 

또한 '무드라'는 손가락이나 신체를 특정 형태로 배치해 에너지 흐름을 유도하는 수련이다. 대표적으로 엄지와 검지를 맞대는 '지안 무드라'가 있다. 이는 집중력을 돕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된다. 동시에 손끝에서 미묘한 감각에 집중하게 되며, 이는 몸과 마음을 현재로 이끄는 도구가 된다.

 

의식이란 눈을 감고 깊이 들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눈을 감은 그 안에서 몸의 진동, 숨의 길이, 감각의 미묘한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멍하니 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세한 변화들을 깨어서 바라보는 것. 몸이 조용해질 때, 마음은 따라 조용해지고, 그 틈에서 '깨어 있는 의식'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안무드라다리위에서 명상하는 사람호수에서 명상하는 여자
앉아 있는 그 자리에 깨어 있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

 

고요한 호수에 비친 달처럼, 자세가 안정되면 의식도 흔들림 없이 비춰진다.

 

하타요가는 말없이 가르친다. 수련의 정수는 눈을 감은 그 자리에 있고, 그 몸의 고요 속에서 깨어 있음이 피어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단순한 요가 자세가 아닌 ‘의식의 정돈’으로 아사나를 바라보게 되었다면, 이미 수련은 시작된 셈이다.

 

의식이 깨어나는 시작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다.

오늘, 조용한 아침 5분을 앉아서 숨에 집중해 보는 것만으로도 하타요가의 문은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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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고요해질 때 마음도 잠잠해진다 – 호흡과 의식의 연결


 

📚 하타요가 시리즈 전체 보기
1. 왜 요가는 몸을 먼저 다룰까 

2. 숨이 고요해질 때 마음도 잠잠해진다 

3. 앉는 자세가 의식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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