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가 철학 시리즈 | 요가수트라: 마음을 잠재우는 철학 (1편)
나는 오늘 하루, 내 마음의 파동을 바라봤는가, 아니면 그 안에 휩쓸려 있었는가?
요가라고 하면 흔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나 ‘유연성’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요가수트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마음을 통제하고 가라앉히는 철학적 수련이다.
고대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요가수트라》의 정의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강력하다.
योगश्चित्तवृत्तिनिरोधः
Yogaś citta-vṛtti-nirodhaḥ
(요가쉬 찟따 브리띠 니로다하)
“요가는 마음의 움직임을 잠재우는 것이다.”
이 짧은 한 문장은 요가의 본질을 꿰뚫는다.
요가란, 끊임없이 움직이고 반응하는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는 행위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도대체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움직임’이 멈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마음(citta) – 감각, 기억, 사고, 감정의 총체
파탄잘리가 전한 이 글에서는 ‘마음(citta)’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생각하는 머리’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단순한 사고 기능이 아니라, 감각을 받아들이고, 기억을 저장하며, 감정을 일으키고, 생각을 만들어내는 모든 의식 활동 전체를 의미한다.
현대 심리학으로 보자면,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에 가깝다.
따라서 요가에서 말하는 ‘마음의 움직임’은 단순한 생각 그 자체를 넘어서,
기분이 변하고, 감정이 올라오고, 무언가에 반응하는 우리의 내면 전체의 흐름을 뜻한다.
파동(vṛtti) – 마음에 이는 물결
vṛtti는 산스크리트어로 ‘회전’ 또는 ‘움직임’을 뜻한다.
요가 철학에서는 이것을 마음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의 변화,
즉 ‘파동’이나 ‘물결’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아 화가 날 때,
갑작스러운 소식에 마음이 흔들릴 때,
그 감정적 반응과 생각의 움직임이 바로 vṛtti다.
우리는 이처럼 감정의 물결이 일어나는 가운데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런 물결이 너무 많고, 너무 자주 일어나면,
우리는 자신이 ‘물결을 일으키는 존재’인지, 아니면 ‘물결에 떠밀려 가는 존재’인지 모르게 된다.
그럴수록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내 마음은 어떤가’ 같은 본래의 자각은 흐려진다.
vṛtti는 그만큼 강하고, 교묘하게 우리를 삼킨다.
잠재움(nirodhaḥ) – 억제인가, 침묵인가?
nirodhaḥ는 흔히 ‘억제’나 ‘중단’으로 번역되지만,
요가의 문맥에서 더 정확한 의미는 ‘멈춤’, ‘가라앉음’, ‘고요함’에 가깝다.
요가는 마음의 파동을 억지로 억누르거나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파동이 스스로 잦아들도록 하는 부드럽고 의식적인 여정이다.
마치 거센 바람이 지나간 후 물결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것처럼,
요가는 마음의 본래 상태—맑고 고요하며, 아무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의식—으로 돌아가는 수련이다.
요가의 정의가 말하는 것 – 마음과 ‘나’는 다르다
《요가수트라》 1.2절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내 마음이 곧 '나'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진짜 나는, 그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 즉 ‘관찰자(draṣṭṛ)’라는 점이다.
이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내가 지금 기분이 나빠”라든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마음속 감정이나 생각이 곧 '나 자신'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요가 철학은 이렇게 본다.
마음은 나를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고,
나는 그 거울을 바라보는 쪽, 즉 그 속에 비친 나를 알아차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 개념은 바로 다음 구절, 《요가수트라》 1.3절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때, 관찰자는 자신의 본성에 머문다.”
Tadā draṣṭuḥ svarūpe’vasthānam
(따다 드라쉬뚜흐 스바루뻬 아바스따남)
여기서 말하는 ‘그때’는 언제일까?
바로 마음의 파동이 잠잠해졌을 때, 즉 vṛtti가 nirodha 된 상태다.
그때 우리는 파동에 휘둘리는 내가 아닌, 그 파동을 ‘그저 바라보는 나’로 돌아간다.
마음은 본래 나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하지만 그 위에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의 파동은 거울에 쌓인 먼지처럼 나의 본래 모습을 가린다.
요가는 그 먼지가 스스로 가라앉도록 기다리고, 바라보며,
결국엔 그 거울 속 ‘진짜 나’를 다시 만나는 길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바라보면 – 생각은 나인가, 나의 파동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생각과 감정 속에 살아간다.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상하고, 예상치 못한 일에 화가 나고,
스쳐 지나간 기억 하나에도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이처럼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오는 감정과 생각들.
그게 정말 ‘나’일까?
이 고전은 말한다.
그 생각과 감정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파동’ 일뿐이라고.
그리고 요가란, 그 파동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나,
즉 ‘생각을 알아차리는 나’를 회복하는 철학적 실천이다.
누군가의 말에 화가 났을 때,
그 감정은 정말 나인가? 아니면 단지 나의 안에서 일어난 현상인가?
오늘 하루 떠올렸던 수많은 생각들 중,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한 생각은 얼마나 있었을까?
이런 질문이 바로 《요가수트라》가 우리에게 건네는,
조용하지만 깊은 물음이다.
요가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수련이 아니다.
‘나는 누구로 존재할 것인가’를 묻는 삶의 태도이자, 조용한 선언이다.
요가는 단지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는 시간이 아니다.
요가는 ‘내 마음을 통제하려는 나’를 넘어, 내 마음을 바라보는 나를 회복하는 길이다.
《요가수트라》 1.2절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내 마음을 다스리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 안에 빠져 허우적대는 존재인가?
감정에 휩쓸릴 때마다 나는 그 감정이 ‘나’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요가는 그 착각에서 벗어나,
생각과 감정을 바라보는 ‘진짜 나’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파동이 멈추고 마음이 고요해진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가장 진짜다운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 모습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지만,
생각과 감정의 소음에 묻혀 잊고 지냈던, 나의 중심이었다.
중심은 바라보는 자리에 있고, 고통은 휘말린 자리에서 시작된다.
💭 침묵의 끝에서,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마음 위에 서 있는가, 마음에 빠져있는가?
👉 다음 글 보기:
생각이 많아지는 날, 그 생각이 나인지 흐름인지 헷갈릴 때 → 《생각은 나일까, 그냥 흘러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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