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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고전/내 안의 요가 철학

생각은 나일까, 그냥 흘러가는 것일까?

by romanticwife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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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트라요가 수트라요가 수트라
요가 수트라

 

📘 요가 철학 시리즈 | 요가수트라: 마음을 잠재우는 철학(2편)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하지만 생각은 정말 멈출 수 있는 걸까?

《요가수트라》 1.2절은 이렇게 말한다:

योगश्चित्तवृत्तिनिरोधः
Yogaś citta-vṛtti-nirodhaḥ
(요가쉬 찟따 브리띠 니로다하)
“요가는 마음의 움직임을 잠재우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인 vṛttinirodha
1편에서 “마음의 파동”과 “그 파동의 잠재움”이라는 관점에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개념들을 실제로 우리가 겪는 감정, 기억, 상상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요가는 바라보는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본다.

🧘마음의 파동 vṛtti, 그 다섯 가지 얼굴

vṛtti는 원래 ‘회전’, ‘움직임’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요가수트라》에서는 이를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 기억, 상상, 지각, 꿈, 생각 등 모든 심리적 움직임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이것은 단순히 '생각이 많다'는 표현을 넘어,
우리 내면에서 끊임없이 반응하고 흘러가는 의식 전체의 작용을 말한다.

마치 고요한 물에 작은 돌이 떨어지면 물결이 일듯,
우리의 마음도 하나의 감정, 하나의 기억만으로 쉽게 흔들린다.
그 순간의 일렁임이 바로 vṛtti, 마음의 파동이다.

《요가 수트라》 1.5~1.11절에서는 이 vṛtti를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 옳은 인식 (pramāṇa) – 감각과 이성으로 얻은 정확한 지식.
    예: 눈으로 불을 보고 뜨겁다고 느끼는 것.
  • 오해 (viparyaya) – 사실과 다르게 인식된 착각이나 왜곡.
    예: 줄을 보고 뱀으로 착각하는 상태.
  • 상상 (vikalpa) – 실제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상념.
    예: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불안해지는 것.
  • 수면 (nidrā) – 의식이 꺼진 상태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작용하는 상태.
    예: 꿈을 꾸는 동안 감정이나 반응을 경험하는 무의식의 작용.
  • 기억 (smṛti) – 과거의 인상이나 경험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
    예: 과거 상처가 떠올라 다시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

마음의 움직임마음의 움직임마음의 움직임
마음의 움직임

 

이 다섯 가지는 모두 vṛtti이며, 우리는 그것들 속에서 끊임없이 반응하고 판단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잠들어 있을 때조차도 우리의 마음은 이 파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이 다섯 가지 마음의 작용이
‘내가 지금 이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자각 없이
너무도 익숙하고 자동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느새 그 흐름에 휩쓸리며,
파동을 겪는 존재가 아니라, 파동 그 자체인 것처럼 살아간다.

 

요가는 이 상태에서 벗어나, 감정과 생각이 일어나는 그 찰나를 알아차리고,
그 흐름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바라보는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다.

 

 

 

 

🧘생각을 잠재우는 법, nirodha란 무엇인가?

nirodha는 종종 ‘억제’, ‘중단’으로 번역되지만,
《요가수트라》의 문맥에서는 고요함, 가라앉음, 침묵에 더 가깝다.

 

요가에서 말하는 nirodha는 생각이나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거나 끊으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이 그냥 지나가도록 허용하는 태도,
그리고 그것들을 '나 자신'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자각의 상태다.

 

예를 들어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요가는 그 화를 억누르지 않는다.
대신 "지금 화가 올라오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한다.

이런 상태를 흔히 ‘감정을 나와 분리한다’고 표현한다.
즉, 그 감정이 곧 '내 전부'가 아니라,

 

내 안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하나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렇게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감정의 흐름에 완전히 휘말리지 않고,
잠시 멈추어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nirodha,
마음의 파동을 억누르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흐름을 강요 없이 받아들이는
조용하고 비폭력적인 자각의 상태다.

🧘생각은 나인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파동인가?

우리는 보통 “내가 이런 생각을 해” “내가 기분이 안 좋아”라고 말한다.
그러나 요가 철학에서는, 그 생각과 기분이 '나'가 아니라
내 안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하나의 흐름일 뿐이라고 본다.

《요가수트라》는 말한다.
“그것은 네가 아니다.”

 

이 말은, 생각과 감정에 자동 반응하는 내가 아닌,
그 흐름을 알아차릴 수 있는 더 깊은 자리의 '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요가는 그 자리에 머무는 훈련이다.
마음의 파동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동을 나라고 착각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무의식적인 반응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상태,
자각된 존재로서의 나를 회복하게 된다.

 

침묵의 끝에서침묵의 끝에서침묵의 끝에서
침묵의 끝에서

 

💭 침묵의 끝에서, 당신에게 묻는다.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감정은,
정말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단지 의식의 수면 위로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파동에 불과한 것일까?

 


👉 다음 글 보기:
감정에 빠지기보다, 감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자각이 필요한 순간 → 《나는 마음을 느끼는 자일까, 바라보는 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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