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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고전/내 안의 요가 철학

우파니샤드③ – 침묵은 무지인가, 깨달음인가?

by romanticwife 202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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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앞에 비친 햇살불켜진 스탠드와 책손바닥위에 올려진 초
침묵

📕 요가 철학 시리즈 | 우파니샤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고요한 소리 (3편)

 

🕊말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설명을 통해 지식을 나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엔, 말이 더 이상 닿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침묵한다.

말을 몰라서가 아니라, 말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어서.

우파니샤드에는 그런 침묵을 가리키는 문장이 있다.

“यतो वाचो निवर्तन्ते अप्राप्य मनसा सह
”yato vāco nivartante aprāpya manasā saha"
(야또 바쵸 니바르딴떼 아프라피야 마나사아 사하)
그곳은 말과 마음이 미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곳이다."

 

이 문장은 말한다.진짜 자각은, 말이나 생각으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곳에서 문득 일어난다.

🕊침묵은 무지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침묵을 오해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아는 게 없어서 말이 없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파니샤드에서 침묵은, 가장 깊은 자각을 담고 있는 방식이다.
설명하려는 말보다,설명할 수 없어 멈추는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전할 때가 있다.

스승이 제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유는아무것도 없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 언어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말하지 말자’는 수행이 아니다.말이 필요 없어지는 자연스러운 상태, 그 자각의 결과다.

불교에서 스님들이 행하는 묵언수행과는 다르다.

그건 계율과 훈련의 일부지만,우파니샤드에서의 침묵은 말이 멈춰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이 침묵은 산스크리트어로 마우나(Mauna :말하지 않음) 라고 부른다.

단순히 입을 닫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저절로 오는 내면의 고요다.

 

 

 

 

 

🕊왜 침묵하게 되는가?

Tat Tvam Asi(그것이 곧 나다)를 마음 깊이 느끼게 되었을 때,

사람은 오히려 말이 없어지는 경험을 한다.

그건 억지로 말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는 자각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 순간은 이렇게 찾아올 수 있다:

  • 누군가의 눈빛에서 말보다 더 깊은 진심을 느꼈을 때

  • 바닷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듣다 마음이 텅 비어졌을 때

  • 설명하고 싶은데, 어떤 말로도 부족하게 느껴질 때

그때 우리는 안다.

‘아, 이건 말로 하는 게 아니구나.’

 

그 자리에선 언어보다 느낌이 진실이다.

마음의 파동이 가라앉고, 남는 건 오직 존재다.

 

Tat Tvam Asi는 단순한 철학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나’라고 믿어왔던 정체성을 서서히 녹여낸다.
나와 너, 내면과 외부, 인간과 신성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그 깨달음은 지식이 아니라, 깊은 침묵 속에서 문득 닿는 직관이다.

그때 사람은 안다.  
내가 우주를 바라보던 그 눈이  
곧 우주가 나를 바라보던 눈과 같았다는 것을.  

그것은 “나와 우주는 하나다”라는 말이 아니다.  
“그 우주가 바로 나였다.”

이 자각은 설명이 아닌 침묵 속에서, 문득 깨어난다.

 

🕊침묵 속에서 깨어나는 것

우파니샤드는 단지 말하는 철학이 아니다.

‘말하지 않음’을 통해 더 깊은 것을 가리키는 철학이다.

그 침묵은 무지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선명한 깨달음의 징후일 수 있다.

그러니,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잠시 멈춰서 조용히 느껴보자.

“나는 무엇을 말하지 않고 있는가?”
“나는 어떤 감정을 설명 없이도 느끼고 있는가?”

 

그런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진리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언어를 넘어선 자각

이제까지 우파니샤드에서 우리는 세 가지 열쇠를 만나왔다:

  • Ātman(아트만) –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존재’이다.

  • Tat Tvam Asi(타트 트밤 아시) – 나와 우주는 다르지 않다.

  • Mauna(마우나) – 언어를 넘어선 자각은 침묵 속에 드러난다.

 

우파니샤드는 묻는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면,그건 어쩌면, 가장 진실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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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니샤드 시리즈 전체 보기
① 말도 감정도 사라진 그 자리에 남는 것
② 그것이 곧 나다
③ 침묵은 무지인가, 깨달음인가?
④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⑤ 환상과 자유, 진짜 현실은 무엇인가?
⑥ Sat-Chit-Ānanda, 존재와 환희로서의 나
⑦ 윤회와 카르마: 반복되는 삶에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길
⑧ 스승이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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