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가 철학 시리즈 | 우파니샤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고요한 소리 (4편)
🕊Neti Neti – '나는 아니다'의 철학
“नेति नेति
”neti neti
(네띠 네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우파니샤드에는 나의 본질, 아트만(Ātman)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그것은 '무엇인지'를 말하는 대신, '무엇이 아닌지'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이다.
몸도 아니고, 감정도 아니고, 생각도 아니며, 기억도 아니다.
'나는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라고 하나씩 내려놓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어떤 '있는 그대로의 나'에 도달하게 된다.
이 방식은 산스크리트어 na iti — '그것이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 말의 반복형인 Neti Neti에서 유래한다.
이는 '나는 누구인가?'를 직접 정의하기보다, 무엇이 아닌지를 지워나감으로써 본질을 드러내는 부정의 철학이다.
🕊왜 부정을 통해 본질을 알까?
진짜 '나'는 개념이나 단어로 정의될 수 없다. 말로 정의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진짜 나'가 아니다.
그래서 우파니샤드는 묻는다:
“그것이 아니다. 또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우리는 보통 나를 찾기 위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다.
하지만 우파니샤드는 반대로 묻는다:
“나는 무엇이 아닌가?”
이 방식은 일상에도 닿아 있다.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없을 때,
오히려 '싫은 것들'부터 정리하면 방향이 잡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막막할 땐,
'무엇을 절대 하고 싶지 않은가'를 먼저 적어보는 것이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Neti Neti는 그런 부정의 방식이다.
아닌 것을 하나씩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오히려 '진짜 나'에 가까워진다.
마치 소음이 사라져야 음악이 들리듯,
혼란스러운 정체성들이 걷혀야 '있는 그대로의 나'가 드러난다.
Neti Neti는 바로 그런 작업이다.
‘Neti Neti’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말은 '지워지는 것들'을 넘어서
지워지지 않는 어떤 것을 남겨둔다.
🕊나는 이것도 아니다 – 스스로 묻는 시간
- 나는 '몸'일까? 몸은 끊임없이 바뀌는 강물 같다. 성장하고, 병들고, 늙고, 결국 사라진다.
- 나는 '생각'일까? 생각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강렬할수는 있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다.
- 나는 '감정'일까? 감정은 파도처럼 몰아치고, 또 잦아든다.
- 나는 '이름'일까? 이름은 부모가 붙여준 기호일 뿐이다.
- 나는 '성격'일까? 성격도 환경과 경험에 따라 바뀌는 것이라면, 나라고 할 수 있을까?
- 나는 '기억'일까? 기억은 사진처럼 흐릿해지고, 때로는 사실과 다르게 덧칠되기도 한다. 그게 나일 수 있을까?
-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이미지일까? 보여지는 모습은 나의 일부일 수 있지만, 결코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머리로 답하려 들수록 어려워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부정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엔 설명은 없지만 분명한 감각이 남는다.
“그 모든 것을 지운 후에도 남아 있는 '나'가 있다.”
이건 놀랍게도, 부정하면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안개가 걷히고 나서야, 본래 있었던 산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처럼.
그리고 이 감각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불쑥 다가온다.
예를 들어
- 밤늦게 불을 끄고 누워있을 때
- 지하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때
- 큰 감정을 겪은 뒤, 모든 게 고요해질 때
그런 순간, 설명하기 힘든 어떤 존재의 감각이 잠시 스쳐간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마주하기
Neti Neti는 나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나를 가리고 있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는 과정이다.
나는 역할이 아니다.
나는 직업이 아니다.
나는 이름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았을 때, 그 아래에 조용히 남아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아트만이다.
그 자각은 설명이 아니라 직관이며,
말보다 깊은 존재의 감각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은 사실,
"나는 모든 것 아래에 고요히 존재한다"는 고백일지도 모른다.
🕊부정 속에서 드러나는 본질
우파니샤드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너는 너라고 믿어온 그 많은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모두를 내려놓았을 때, 진짜 너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반복해볼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물음이다.
오늘은 이렇게 나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그것이 진짜 나일까?”
그리고 부드럽게 속으로 반복해본다:
“Neti Neti” –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을 때,말도,
생각도, 감정도 사라진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있다'는 실재의 느낌만이 조용히 남는다.
그리고 그 감각은, 설명보다 더 진실하다.
🕊문득 떠오른 질문
1, 2, 3, 4편까지 읽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럼 나는… 우주였던 걸까?”
처음엔 농담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건 우파니샤드가 전하려는 깊은 자각에 가까운 물음이다.
그 깨달음은 이렇다:
“나는 언젠가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 우주였다.”
이제 우리는 이런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 세상을 내려놓는다는 건 도피일까, 자유일까?
- 진짜 자유는 무엇을 내려놓을 때 오는가?
이전글|우파니샤드③ – 침묵은 무지인가, 깨달음인가?
다음글|우파니샤드⑤ – 환상과 자유, 진짜 현실은 무엇인가?
우파니샤드 시리즈 전체 보기
① 말도 감정도 사라진 그 자리에 남는 것
② 그것이 곧 나다
③ 침묵은 무지인가, 깨달음인가?
④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⑤ 환상과 자유, 진짜 현실은 무엇인가?
⑥ Sat-Chit-Ānanda, 존재와 환희로서의 나
⑦ 윤회와 카르마: 반복되는 삶에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길
⑧ 스승이란 누구인가?
'삶을 바꾸는 고전 > 내 안의 요가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파니샤드⑥ – Sat-Chit-Ānanda, 존재와 환희로서의 나 (1) | 2025.06.12 |
---|---|
우파니샤드⑤ – 환상과 자유, 진짜 현실은 무엇인가? (1) | 2025.06.11 |
우파니샤드③ – 침묵은 무지인가, 깨달음인가? (1) | 2025.06.11 |
우파니샤드② – 그것이 곧 나다 (1) | 2025.06.11 |
우파니샤드① – 말도 감정도 사라진 그 자리에 남는 것 (1) | 2025.06.11 |